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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6일 오전 4:22에 작성됨.

2020년 끝자락에 PC계에서 가장 큰 이슈라고 하면 여러 개가 있지만 개중에 내 기억에 가장 크게 남을 이슈는 결국 아틱 MX4 가품 이야기가 되었다.

올해 4월에 점점 발열을 감당하지 못하는 노트북 (하스웰 i7)의 상태를 좀 바꿔주고자 서멀구리스를 다시 발랐는데, 여러 제품을 고민했지만 한번 바른 다음 다시는 도포하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한번 바르면 8년은 다시 안 발라도 된다고 광고하는 아틱의 MX4를 사서 발랐다.

그때는 2019 에디션이라고 해서 다른 물건보다 살짝 더 비싼 가격대로 팔고 있었는데, 대충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중 하나를 골라서 주문했었다. 서멀구리스가 XX 에디션이라고 해서 제품을 리비전하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지마는 뭔가 더 좋아졌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노트북을 열어 보니 서멀 자체는 거의 시멘트가 되어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었고 램에 발라진 서멀은 아예 자취를 감추어 쿨러에만 있지 않았는가. 그래서 대충 서멀을 닦아 준 다음 다시 발랐다.

그리고 대충 온도가 풀로드 때는 온도가 2도 정도는 떨어졌기에 기대보다는 덜하지만 그나마 그럭저럭이라서 쓰고는 있었다.

그리고 한 대충 6개월은 아무 느낌 없이 쓰고 있던 그때

아마 기글이었겠지만 이 이미지가 올라온 걸 보게 되었고 서랍 안에 있던 봉투를 꺼내서 보니 완벽한 가품이 아닌가. 다른 건 몰라도 MCOH 하드웨어는 좀 심하지 않았나 싶긴 하지만 아무튼 내 노트북 안에 들어간 물건은 가짜라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게 뭔가 싶어서 구매처에 들어가 봤더니

이런 이미지 한 장이 나붙은 것이 아닌가. 그렇다. 나는 완전히 망한 것이다.

다행히도 판매자는 양심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환불처리는 받았지만 내 노트북에는 연마제가 발려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불안했었고, 그래서 제거하고 다시 바르자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하나를 (이건 정품이었다) 다시 샀고,

박스형으로 된 물건이 왔다. 연마제라고 하는 것을 제거해야 하겠기에 알코올도 사고 별 준비를 다 해서 장장 1시간에 걸쳐 제거하고 다시 바르는 짓을 했고, 다시 노트북을 조립해 놨을 때 정품이 꽤나 쓸만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졸업작품을 만든답시고 파이썬 시뮬레이션을 돌릴 때라 성능이 조금이라도 아쉬웠는데 가품 MX4일 때는 올코어 로드를 가하면 베이스 클럭에서 왔다갔다 거리는데 이 물건은 올코어 부스트가 터지는 것이 아닌가.

근데 기쁜건 둘째치고 트레이 아이콘에 뭔가 하나 없어진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보니

이 연마제가 PCIE 컨트롤러를 갈아먹었는지 전원 컨트롤러를 갈아먹었는지 코어를 갈아먹었는지 PCIE가 날아가버렸고 내 노트북은 이제 내장그래픽만으로 동작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서멀 값이야 환불을 받았지만 어딘가 날려먹은 부품은 누구에게 하소연할 데도 없기 때문에 그냥 망연자실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운드블라스터와 DDL을 쓴답시고 윈도우 깔아놓은 걸 홧김에 밀어버리고 다시 아치를 깔았다.

결국 내 마음 속의 가짜 서멀을 팔아먹은 중국인들에 대한 혐오 수치만 커지고 쓸쓸한 결말을 맞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