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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6일 오전 3:04에 작성됨.

( 이 글은 기글하드웨어에 올렸던 글을 옮겨 온 것입니다. )

저번 글에서 HUD100 사진이 나왔는데, 그때는 이야기를 좀 미룬다고 했었죠. 이렇게 미루다간 영영 이야기를 못할 것 같으니 글 한번 써본 김에 글감 잔고 (!) 를 청산하고자 합니다.

이걸 사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메이쥬 때문입니다. 메이쥬 DAC의 노멀 버전은 고질적인 틱 노이즈 문제가 있습니다. 이게 보통 모드일 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데, 독점 모드 같이 레이턴시가 꽤나 낮은 환경에서는 음악 신호가 끊기고 버퍼 아웃 때문인 걸로 추정되는 “틱” 하는 노이즈가 나는 현상이 계속해서 일어납니다. 윈도우에서 WASAPI를 사용할 때는 push모드로 하고 플레이어 버퍼를 만져놓으면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만 (push모드일 때는 재생 버퍼가 늘어납니다.)  리눅스를 사용할 때는 alsa를 만져야 하는데, 불행히도 제가 알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메이쥬 DAC를 사용할 경우 Alsa에서 버퍼를 넣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먼저 삽질을 해보신 선구자 분들의 현안을 기다립니다.)

두번째 문제는 크로스토크입니다. 메이쥬 DAC는 아주 고성능의 DAC 칩을 탑재하고는 있습니다만 출력단쪽 설계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른 물건에 비해서 크로스토크 수치가 좋지 않습니다. 이 말은 좌우 채널이 서로 섞인다는 말이기 때문에 심리음향적으로 공간감이나 정위감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거의 1년 전쯤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죠.

전의 리뷰를 볼떄 크로스토크를 언급하셨는데, 저는 ‘커널형 이어폰 느낌의 음색’을 지향하는 이 헤드폰을 쓰고 있어서 그런 건 못느끼겠습니다. 원체 음장이 좁은 물건을 쓰고 있어서 DAC로 건들 정도의 차이를 못 느끼는 게 더 맞겠네요. 시간 나면 다른 물건도 연결해보면 차이가 있는지를 알게 되겠죠.

사실 그 후에 여러 기기를 연결해보고 기적적으로 부활한(!) 포칼 리슨도 살려서 연결해보고, 전시회 가서 다른 기기도 연결해보고 하는 과정을 거쳐서 이게 생각보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주된 일은 다른 DAC 가져와서 날잡고 비청해본 것이었지만….

그래서 어차피 바꿔야 할 바에는 것도 신경쓴 상태에서 바꾸자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기본적으로 특성만 보면 HUD100은 메이쥬보다는 좋습니다. 오디오사이언스리뷰에서 쓴 메이쥬 리뷰HUD100 리뷰를 보게 되면 SNR과 같은 특성들이 HUD100 쪽이 더 좋은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HUD100은 15만원 짜리고 메이쥬는 잘해야 5만원 짜리니 돈값 못하는 기계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DAC를 새로 사겠다는 분이면 겸허하게 “차라리 메이쥬 프로를 사시라”라고 말하겠습니다. 특성이 약간 안 좋다고는 해도 3배가 넘는 가격 차이를 쉽게 감당하기는 힘들겠죠. 둘 다 16비트 음원을 주로 듣는 너, 나,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리고 110db 이상 볼륨을 올릴 일이 거의 “없어야만 하는” 너, 나, 우리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SNR이 나오니까요. 물론 SNR과 다이나믹 레인지는 절대적으로 높을수록 좋습니다만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면 한계효용의 법칙 비스무리한 게 작용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기술적인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백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 회사가 이 제품에서 가장 크게 어필한 부분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XMOS칩을 사용하지 않고 arm칩을 깎아서 USB컨트롤러 겸 DSP로 사용했다는 건데, 대충 쓴 칩은 NXP RT1051입니다. cortex-M7 기반 칩 MCU인데, 결과물에 대해서는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평할 만한 점은 기성 솔루션을 쓰지 않고 직접 DSP와 인터페이스를 구축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발 능력이 있다는 점을 자랑하는 점과 나름 휴대용 DAC 레벨에서는 고성능의 프로세서가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절대 다수가 DSP를 따로 안 넣고(물론 DAC 내장 DSP가 우수해서인 점도 상당합니다.) 넣더라도 성능이 그렇게 좋은 걸 잘 안 넣는다는 걸 감안하면요.(주된 이유는 고성능의 프로세서를 사용하게 되면 전력소모량과 제조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크리스탈 클럭이 아닌 MEMS 클럭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만, MEMS 클럭과 크리스탈 클럭 중 어느 것이 더 낫냐는 것은 수도 없는 논쟁을 불러오기 때문에 논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만 클럭 자체는 DAC의 품질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과 이 회사가 나름 클럭에 상당한 투자를 했다는 점이 될 것 같습니다. 자세한 것은 분해를 해봐야 알겠지만 저는 제 물건에 칼을 대고 싶지는 않고(!) 누군가 분해한 글을 찾지를 못해서 부품의 성능에 대해서는 뭐라 말을 못하겠습니다. 다만 오디오사이언스리뷰를 찬찬히 살펴 보니 다른 DAC들보단 지터 성능이 좀 좋게 나왔다 정도만 코멘트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나름의 처리 알고리즘인데,  이건 Radsone 사에서 수년 전부터 광고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언급을 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충 DCT와 Dynamic EQ 알고리즘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Dynamic EQ는 사전에 세팅이 되어서 나오는데, 저음부분을 살짝 증폭해주는 세팅이 되어 있습니다.

그럼 서론은 여기까지로 하고, 제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죠.

물건 자체는 꽤나 간단하게 생겼습니다. 상단부에 샘플링 레이트 인디케이터가 있고, USB C를 받습니다. 출력 단자는 3.5파이로 2개가 있습니다만 한쪽은 DAC(AK4377) 내장 앰프 라인을 출력한 것이고, 다른 쪽은 거기에다가 앰프 칩셋(OPA1622)를 거친 고출력 옵션입니다. 기본적으로 DAC 내장 앰프가 나쁜 물건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고출력 단자를 사용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고출력 단자의 최종 품질이 미세하긴 하지만 더 안 좋기도 합니다. 앰프 칩을 하나 더 거치니 좋다고는 말할 수가 없겠죠. 다만 옴수가 높은 헤드폰을 사용하셔야 할 때는 유용할 겁니다. 따로 헤드폰 앰프를 거치는 것보다는 품질이 좋을 테니까요. 아. 스마트 앰프 같은 건 없으니 저항잭이나 무저항잭을 끼워서 “전문가 모드”로 진입한다거나 하지 마십시오. 지나가던 사람의 눈꼬리와 입꼬리가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출력 잭 옆에는 알고리즘 선택 단자가 있습니다. 세 가지 모드가 있습니다. 그냥 추가적인 처리를 안 하는 바이패스 모드와, DCT를 적용시킨 것, DCT와 EQ를 먹인 다이나믹 모드가 있습니다만 저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냥 바이패스 모드로 듣는 걸 추천합니다. 일단 측정값이 제일 좋기도 하고, DCT는 제가 거진 2주를 넘게 머리 싸매고 들어봐도 청감상으로 뭐가 달라지는지 느낄 수 없었습니다. 김도헌교수님은 아주 살짝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라고 표현하셨지만요. 저는 아직 그정도까지는 못 느끼는 것 같습니다.

다이나믹 모드는 저음이 살짝 부스트됩니다. 다른 헤드폰 앰프처럼 벙벙대거나 가슴을 울리는 저음! 이런 건 아니고, 단단함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저음이 살짝 올라갑니다. MSR7이 저음의 양이 좀 부족한 대신 단단한 만큼 영화나 게임할 때 살짝 올리면 소리에 조미료를 좀 친거 같아 좋긴 하더라고요. 이건 취향 따라서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메이쥬와 비교를 해 보면서 소리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짓겠습니다. 확실히 메이쥬가 크로스토크가 안 좋은 것 같다는 느낌은 느낄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살짝이지만 공간감이나 정위감이 잘 형성되는 모습이 들렸으니까요. 그리고 좀 더 단단한 소리가 나긴 합니다만 DAC는 좀 못 만든 물건들과 비교하는 게 아니면 청감적으로 그렇게까지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니 지금 메이쥬를 쓰신다고 해서 바로 바꾸실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삽질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제가 위에서 기성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구축했다는 점을 짚었을 점입니다. 지금부터는 그것의 장단점을 이야기해 보도록 합시다.

우선 이 제품의 지원 OS는 윈도우와 맥 OS입니다. 리눅스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드라이버를 안 준다는 의미이고,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선 윈도우에서는 볼륨 컨트롤을 포함해서 잘 됩니다.

드라이버 설정창에서 볼륨 조절과 샘플링레이트 확인까지 잘 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특기할 점으로는 ASIO가 지원되기 때문에 전자악기 같은 걸 쓰시면 꽤나 유용하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윈도우 기본 하드웨어 볼륨 API도 잘 먹기 때문에 윈도우에서는 하드웨어 볼륨으로 작동합니다.

문제는 리눅스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puseaudio에서는 하드웨어 볼륨 플래그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pulseaudio를 쓰게 된다면 소프트웨어 볼륨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근데 윈도우를 쓰다가 컴퓨터를 안 끄고 멀티부팅을 하게 된다면 MCU에 입력된 하드웨어 볼륨 상태로 그래도 돌아갑니다. 볼륨을 줄여놓고 사용하게 된다면 좀 슬픈 상황이 벌어지겠죠.

근데 이 기기가 하드웨어 볼륨을 아예 지원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웃음) 이 기기의 볼륨 컨트롤은 아날로그 볼륨(DAC의 앰프 게인으로 추정) 디지털 볼륨 (DSP에서 작동하는 걸로 추정) 으로 나뉩니다만 설정된 볼륨 값에 따라서 하드웨어로 볼륨조정값은 잘 넘어갑니다. 드라이버가 그런 일을 하라고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제네릭 드라이버를 쓰는 리눅스에서는 다른 의미가 됩니다. 내부 구조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험적으로 삽질해 보니  리눅스에서는 보통 “Master”나 “PCM”같은 볼륨을 조절하게 됩니다만 여기는 좀 특이하거든요.

alsamixer를 켜서 보게 되면 메이쥬나 꽃게텍 같은 친구들은 이렇게 “master”나 “pcm”이 있어서 이 부분의 볼륨을 조절하면 알아서 볼륨이 돌아갑니다. 근데 이 물건은

이렇게 인식이 됩니다. 그래서 볼륨 컨트롤 자체는 할 수 있는데 직관적으로 인식이 안 되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래서 삽질을 하게 되면 하드웨어 볼륨 자체가 작동은 합니다. 예를 들면 MPD에서는

audio_output {
        type            “alsa”
        name            “HUD100”
        device          “hw:2,0”        # optional, 사용환경마다 다름
        auto_resample    “no”
        auto_format      “no”
        mixer_type      “hardware”      # optional
        mixer_device    “hw:2”  # optional
        mixer_control   “earstudio HUD100”              # optional
#       mixer_index     “0”             # optional
}

이런 식으로 설정을 해놓으면 하드웨어 볼륨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근데 다른 앱에서도 하드웨어 볼륨을 쓰게 만드는 법은 좀 연구를 해봐야 하겠습니다. 먼저 삽질을 해보신 현자분의 고견을 항상 구하고 있습니다 (?)


아무튼 꽤나 쓸만한 물건이긴 합니다. 다만 가격대비로 그렇게까지 좋은 물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가 분해한 사진이라도 올린다면 “이렇게 물량투입을 하지 않았느냐!” 하면서 자랑이라도 할 텐데 말이죠. 그럴 껀덕지는 아직까지는 그렇게까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해외 포럼을 보니 “품질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라는 리뷰가 많이 달립니다. 측정상 더 나은 줄루의 지텔라 같은 물건을 추천하는 모습도 보이더라고요. (물론 MQA버전까지 살 이유는 없습니다. 전 MQA는 기술적으로 사기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문제 없는 메이쥬 프로나 사시라… 라고 하고 싶습니다. 더 좋은 사운드를 즐기기 위해 험한 길을 걷는 분들의 도전 정신이 존중될 뿐이죠 (웃음)

근데 며칠 전에 확인해 보니 HUD100 MK2 버전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아무래도 판매가가 20만원이 넘었던 초기에서 많이 떨어진 15만원이기 때문에 리비전을 한 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mk2 버전은 16만원 정도면 살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보호 케이스와 otg 케이블이 추가되었다고 말하고 있네요. otg 케이블이 없어서 비판을 받은 걸 보충하지 않았나 싶긴 합니다.

일단 그 외에 뭐가 달라졌는지는 한번 더 알아보기로 하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항상 장문의 글을 쓰는 것 같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 말을 안한 게 있는데, 이 제품은 USB 허브 거쳐서 연결하면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인식이 안 됩니다.

PS2 : mk2의 차이는 악세사리의 차이뿐만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