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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3일 오전 10:32에 작성됨.

애플이 아이폰에서 3.5mm 단자를 빼버린 이후, 에어팟이란 물건을 내어놓은 이후 소위 TWS란 물건들이 이 세상에 많이 퍼져나갔다. 기존의 블루투스 오디오가 양쪽 채널이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블루투스 수신부는 스테레오 신호를 모두 처리하면 되었으나, TWS는 각 유닛이 1채널씩 맡아서 처리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작금의 블루투스 방식으로는 문제점이 잔뜩 생기는 것은 자명했다. 현재는 각 제조사들이 기존 블루투스 규격을 열심히 씹뜯맛즐 해서 반쯤 해결한 상태지만 말이다.

블루투스 오디오에서의 대역폭과 혼신 문제를 제외하고 본다면 (그러니 무선 오디오 측면에서 본다면) 기본적으로는 디지털 신호가 들어간다. 이것을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고, 앰프를 거쳐서 드라이버로 보내는 과정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기존 오디오가 하는 것처럼 다른 컴포넌트에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자체에서 모든 처리과정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 오디오 컴포넌트에 붙이는 방식의 블루투스 리시버가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저런 물건을 자주 쓰지 않는다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블루투스 오디오 기기는 기존의 기기보다는 필연적으로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슷한 가격의 유선 오디오 제품과 무선 오디오 제품이 있다면 유선 오디오 제품이 품질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부가가치로 점철된 하이파이 시장에서 이게 꼭 맞는 말이 아니라는 씁슬한 이야기를 전해 줄 수밖에 없다.)

블루투스 이야기

블루투스 이야기를 해 보자면 이상적인 무선 오디오 솔루션보다는 더 상황이 좋지 않다고 볼 수 있겠다. 우선 블루투스가 사용하는 2.4Ghz 대역은 오만가지 물건들이 다 쓰기 때문에 혼신문제가 폭발하고, 사용시간 확보와 규제 문제로 인해 출력을 잔뜩 늘이기도 쉽지 않다. (당연히 출력을 늘이면 다른 기기들은 혼신으로 더 고통받게 된다.) 그래서 전송할 수 있는 정보량이 그리 크지 않은 점이 첫번째로 작용한다.

그 다음 문제는 처리량이다. 블루투스 기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의 가격은 한정되어 있고, 함부로 높은 처리량의 물건을 넣기는 힘들다. 높은 처리량의 프로세서는 전기도 많이 먹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사용시간이 줄어들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배터리를 더 넣으면 더 무거워지고 크기가 커진다. 같은 사이즈에서 음향에 할애할 공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서든 디메리트가 된다. 그래서 블루투스 기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는 처리량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낮다. 하이파이 DAC에 들어가는 DSP들만큼 빵빵하지 못한 것이다.

또 한 가지의 문제는 사람들이 지연을 원하지 않는 것에 있다. 품질을 높이고 복잡한 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간단하다. 시간을 무한정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처리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지연시간은 커지기 때문에 이건 결국 UX에 안좋은 요소로 돌아온다. 단순히 음악만 계속해서 재생한다면 1000ms정도의 지연시간은 용서해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동영상을 본다면 200ms정도도 불편해지고 만약 게임(특히 리듬게임)을 하게 된다면 ms단위의 피말리는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처리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최대한 높은 음질의 데이터를 최대한 적은 비트레이트로 전송해야 하는데 최대한 전기 안 먹는 복잡도로 처리하여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재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현실적으로는 이 조건을 모두 수행하는 것은 모순이다 (웃음)

그나마 이 조건들을 최대한 맞춰 보려고 블루투스 관련 제품을 만드는 개발자들이 머리 빠져가며 고생을 했고 그 결과 여러 코덱들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코덱 이야기

이 글은 https://blog.peremen.name/entry/translation-audio-over-bluetooth/을 좀 업데이트 하고 내 방식대로 풀어 본 것이다. 저 글만 해도 충분히 좋은 글이지만 이 판에서는 하루가 지나면 많은 것이 바뀌지 않았는가. 그리고 사람들이 쉽게 접할 만한 나무위키 글에서의 빈약한 설명을 보충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오디오 관련 분야에서는 읽을 만한 한국어 문서가 적다는 슬픈 현실도 있고 말이다.

위에서 말한 이유로 현재까지 상용화된 블루투스 코덱은 모두 손실 압축 코덱이다. 무손실 전송을 위해서라면 CD 음질의 FLAC를 기준으로 1200kbps정도는 필요하고, 이정도 비트레이트의 정보를 블루투스로 쏴버린다면 본인이 끊기는 건 물론이고 주변의 블루투스 사용자들이 혼신으로 인한 스플래시를 맞을 것이다. 소니의 LDAC의 최고 품질을 기준으로 해도 990kbps인데, 현실적으로 외부 환경에서 이 비트레이트가 나오는 일은 적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내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실내 환경에서는 유선 연결의 장점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무선을 사용한다고 해도 좀 더 비트레이트와 출력이 높은 다른 방식을 쓰는 게 낫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비트레이트의 최대값은 300kbps 정도고, 상황에 따라 100kbps까지 나오는 것을 용인해야 한다는 것을 짚고 시작하자.

SBC의 사정

SBC는 현재 블루투스의 사실상 유일한 표준 코덱이다. 차세대로 가면 이게 프라운호퍼의 LC3이 될지, 각종 오디오 업체(거의 중국회사인 것 같다만)의 컨소시엄의 LHDC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SBC는 모든 기기가 지원하는 표준 코덱이다. 대충 328kbps까지를 지원하며, MP3보다 좀 덜한 품질의 코덱이라고 보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MP3 코덱에 비해 서브밴드 수를 8개 정도로 줄이고, 복잡한 심리 음향 처리를 간단하게 적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동일 비트레이트라면 MP3보다 음질이 좋지 않다. 더욱이 LAME같은 좋은 인코더를 쓴 MP3이라면 더더욱 차이가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MP3을 쓰면 되는데 왜 SBC같은 걸 만들었는가? 에 대해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위에도 말헀듯이 연산량이 높은 코덱을 사용하면 레이턴시가 길어진다. 그리고 블루투스 오디오란 게 나오기 시작한 90년대 시점의 기술력으로는 고속, 저전력의 MP3 디코더는 커녕 기기에서 MP3 인코딩을 하는 것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을 것이다. (당연히 레이턴시가 길어진다.) 그래서 레이턴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방송환경에서는 일찍부터 MP2나 aptX같은 물건을 쓰고 그랬다. 이 코덱들은 MP3보다 더 처리량이 적은 코덱이기 때문에 품질은 좋지 않으나 적은 레이턴시로 데이터를 보낼 수 있었다.

SBC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코덱이다. 블루투스에 사용할 수 있는 연산량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적은 연산량으로 적은 레이턴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코덱인 것이다. SBC가 사용하는 건 서브밴드 코딩이라는 것인데, 이 처리 방식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선택과 집중”이다. 전체 대역폭을 8개(4개 옵션도 있지만 의미없다고 생각한다.)의 영역으로 분할해서 어느 대역폭을 얼마나 살릴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다른 손실압축도 비슷한 방법으로 돌아간다. SBC는 기초적인 처리를 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보통 가청영역대의 이유와 음악에서 자주 쓰는 주파수 대역의 이유로 고주파 영역부터 잘려나간다. 보통 16Khz 이상부터는 못 본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SBC를 사용했을 때 혼신 등의 이유로 비트레이트가 낮아지면 특히 고주파수와 관련된 영역에 청감상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잔향이나 공간감 표현이라던가 치찰음 표현이 망가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불투명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모든 코덱의 공통점으로, 아예 비트레이트를 높여서 이 부분을 살리게 되면 절대적으로 나쁜 처리 방식은 아니게 된다. 현실적인 최대값인 328Kbps 정도가 되면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지는 않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비트레이트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려서 고품질을 만드려고 하는데 SBC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확장 가능하기 때문이다. SBC-XQ라고 이름불리는 거는 SBC를 700kbps 넘는 비트레이트로 쏘는 방식인데, 이걸 쓰면 품질은 꽤나 나아지지만 지하철의 블루투스 게토 블래스터 같은 존재가 되기 마련이고 실질적으로는 엄청나게 끊기기 마련이다. 거의 GEEK들의 장난과도 같은 느낌이 아닌가 싶다.

aptX의 사정

aptX는 오랜 시간 동안 오디오파일들에게 고음질 블루투스 코덱으로 군림했지만 실상은 좀 다른 물건이다. 우선 첫번째로 설명해야 할 것은 aptX 자체는 SBC보다 전에 나온 물건이다. 그리고 처리 방식도 SBC보다 간단하다. aptX는 ADPCM만 사용하는데, SBC가 서브밴드 코딩을 하는 것과 다르게 대역폭을 자르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 되겠다. aptX는 그래서 대역폭 손실 없이 인코딩되고, 그 특성 때문에 고음질 코덱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방식의 문제가 있는데 SBC와 같이 고음역대를 자른 코덱의 경우에는 자르지 않은 대역폭에 할당되는 비트레이트가 높기 때문에 aptX보다는 동 비트레이트에서의 음질이 높다.

하지만 aptX는 44.1khz의 경우에는 352kbps라는 높은 단일 비트레이트로 인코딩되기 때문에 SBC가 328kbps를 할당했을 때보다는 비트레이트가 높다. 그래서 둘 사이의 차이가 무마되는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실사용 시에는 SBC와 aptX에 큰 차이가 없다 내지는 aptX 쪽이 밀린다고 설명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serenaudio에서 수행한 테스트를 보면 aptX 쪽이 Impulse Response 등 여러 특성에서 SBC에 비해 밀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거기에다가 aptX가 라이선스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aptX 지원여부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aptX의 장점이 있는데 처리량이 적은 코덱이기 때문에 지연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고, 이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과 같이 지연시간이 중요한 환경의 경우 SBC와 비교하여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aptX를 고음질 코덱으로 홍보하는 것은 사기에 가까운 것임을 알아두면 제품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AAC의 사정

AAC는 MPEG2 규격에 정의된 코덱으로서 (실제로는 다시 만든 코덱이지만) MPEG1 기반인 MP3의 발전형에 해당한다. AAC는 “처리량을 제외하고” 위에 언급된 모든 코덱의 상위호환에 가깝다. AAC는 MP3보다 훨씬 복잡한 처리와 심리음향 모델을 채용하기 때문에 동일 비트레이트에서 훨씬 더 나은 음질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AAC의 경우에는 두 가지 단점이 있는데 첫번째는 처리량이고 두번째는 특허 사용료이다. AAC는 좀 더 복잡한 처리를 하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 전력 소모량이 더 많다. 그래서 총 재생시간은 다른 코덱을 사용한 경우보다 더 짧다. 그리고 AAC도 aptX와 비슷한 특허 사용료를 받기 때문에 제조비용이 증가한다. 제품당 약 1000원정도가 증가하는 셈인데 TWS제품들의 평균 가격과 원가율을 생각해 보면 적은 금액은 아닐 것이다.

AAC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인코더별로 품질 차이가 크게 난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애플 AAC 인코더가 제일 좋은 평가를 받는다. 프라운호퍼의 인코더는 예전에는 MP3 인코더인 LAME보다 낮은 품질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최근에는 개선된 물건이 나왔다. (요즘의 안드로이드라면 개선된 인코더가 들어간다고 한다.) 가능하면 보다 좋은 품질의 인코더를 쓰는 것이 좋겠지만 성능이 떨어지는 AAC 인코더라고 해도 다른 코덱보다는 성능이 좋은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블루투스 인코딩에 들어가는 과정에 우리가 개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도 감안한다면) 가능한 한 AAC를 사용하는 것이 음질적으로 유리하다.

aptx-HD와 LL의 사정

위에서 설명한 것까지가 평범한 CD음질의 음원 이야기이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서 오디오파일들이 24비트 음원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블루투스에서도 24비트 음원을 대응할 때가 온 것이다. 물론 블루투스의 대역폭은 CD음질의 음원조차 무손실로 전송하지 못할 정도의 암울한 것이나, 손실 코덱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질보다 24비트 음원 도입으로 얻을 이득이 더 크다고 생각한 (음질적인 의미에서나, 마케팅적인 의미에서나) 사람들은 블루투스에서도 24비트 음원을 재생한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 퀄컴에서 내놓은 코덱이 Aptx-HD이다.

aptx-HD는 결론적으로 말해서 aptx이다. 기본적으로 두 코덱은 기술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심리음향 모델을 사용하지 않는 ADPCM 변조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다만 차이점이 있는데 aptx는 44.1khz/16비트에서 384kbps를 사용하는 반면 aptx-HD는 529Kbps를 사용한다. 자연히 16비트를 사용할 때보다 24비트를 사용할 때 데이터 량이 늘어나는 걸 생각하면 비트레이트 증가량은 납득할 만하다. (여러 세세한 파라미터가 변경되었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aptx보다는 aptx-HD가 음질이 좋다고 느끼는 이유는 단순히 비트레이트가 늘어났을 뿐이다. (그리고 손실 압축에서는 비트레이트가 깡패다.) 거기에다가 aptx 코덱 자체가 주파수 대역을 훼손하지 않는 점도 추가적인 마케팅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aptx-HD가 579Kbps를 사용하는 풀파워 모드 (…)를 이용하면 24비트/48Khz를 인코딩할 수 있고, 이는 고해상도 음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529Kbps는 상당히 큰 비트레이트이기에 aptx와 같은 간단한 알고리즘을 적용해도 음질이 그렇게까지 손실되지 않을 것이다. CD음질의 FLAC 파일이 900Kbps에서 1100Kbps를 왔다갔다하는 평균 비트레이트를 갖는 것을 감안해 보면 음질이 안 좋기가 어려울 것이다. (사실 SBC가 이 정도 비트레이트를 가지는 경우를 위에서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정도 비트레이트로 송출한다면 역시 지하철의 블루투스 파괴자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aptx-LL도 비슷한 발상으로 튜닝한 aptx 코덱이다. aptx-LL은 기본적으로 aptx와 비트레이트가 같기 때문에 음질 자체는 aptx와 별 다를 바 없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것도 몇 가지 파라미터를 고쳐놓았는데, 버퍼 크기를 줄이는 것과 같은 설정을 했기 때문에 aptx보다 지연시간이 적다. aptx 코덱 자체가 지연시간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서 개발한 코덱이라는 것을 감안해 보면 상당히 지연시간이 적을 것임은 짐작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이런 코덱들을 사용하는 것은 그다지 나쁜 선택은 아니다. 지하철과 같은 환경에서 대역폭 문제로 끊김에 고통받는 것과 민폐를 끼치는 것을 제외하면 개인의 필요에 따라 고를 수 있는 것이다. aptx-LL은 게임과 같이 레이턴시에 민감한 일을 한다면 충분히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코덱을 사용할 때 유념할 것이라면 첫번째는 이 코덱들은 “차세대 코덱”이 아니라는 것이고, 기술적으로는 SBC보다 구식의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과 두번째로는 이 코덱들은 퀄컴에 종속성이 있어 퀄컴 사의 칩셋을 장착한 기기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TWS들이나 블루투스 기기들이 퀄컴 사의 칩셋을 사용하는 추세에서 옮겨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제품 선택지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또한 호스트 기기가 aptx-HD 인코딩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도 생각하면 충분히 골아픈 결론이 나온다.

LDAC의 사정

LDAC는 소니가 Hi-Fi에 복귀하면서 내놓은 코덱 중 하나인데 (소니는 대충 버블이 꺼지는 어느 시점에서 Hi-Fi 시장에서 이탈했었다.) 이 코덱은 초창기 MP3 플레이어 시장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면 ATRAC라는 코덱을 기억할 것인데 사람들이 안드로이드에 포함된 인코더를 뜯어본 결과 동작이 이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말은 심리 음향 모델을 채용한 코덱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한 의미한다.) ATRAC는 나름 블루투스 표준코덱 중 하나이지만 사용한 기기가 없으니 품질을 체험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완전히” 차세대 코덱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LDAC가 가지는 특징을 간단히 정리하면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텐데, 하나는 사용자의 설정에 따라 세 가지 비트레이트를 취사선택한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주파수 대역폭을 보존한다는 점이다. 우선 LDAC는 연결성 우선 모드와 균형 모드, 음질 우선 모드로 나뉘는데 각각 330Kbps, 660Kbps, 990Kbps를 사용한다. 그리고 이 비트레이트는 음원의 스펙과 무관하게 적용된다. 다르게 말하면 CD음질의 음원을 블루투스로 송신할 때에도 990Kbps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 말했듯이 FLAC가 900kbps에서 1100kbps를 왔다갔다하는 것을 생각해 볼 때 거의 무손실의 품질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 희생해야 할 것은 자명하다. 블루투스에서 300Kbps도 큰 비트레이트고 환경에 따라서 혼신이 잦은데 990Kbps를 쏜다는 것은 거의 주변의 블루투스 대역을 학살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선언인 것이다. 자연히 다른 블루투스 기기들이 알아서 학살당해주는 것은 아니고, 실외에서는 엄청난 끊김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의 특성인 주파수 대역폭을 보존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aptx와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코덱은 24비트 96khz까지 지원하는데 96khz의 샘플링 레이트는 48khz까지의 초음파를 감당할 수 있으므로 고해상도 음원이 가지는 주파수 대역폭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장점이라고 보기엔 다른 문제가 있는데 손실 압축은 필연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어느 주파수 대역폭을 보존하는 선택을 한다면 다른 주파수 대역을 덜 표현할 수밖에 없다. SBC와 AAC가 대충 16khz 위의 주파수를 컷하는 이유이다. 사람이 잘 인지하는 주파수를 최대한 잘 표현하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하물며 (심리음향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초음파 대역을 표현하기 위해서 비트레이트를 배정한다는 것은 결국 비효율적인 코덱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선택지도 결국 나쁜 선택지는 아니었는데 그 이유는 마케팅 때문이다. 블루투스 환경에서 고해상도 음원을 즐기고 싶은 수요는 분명이 있고 이런 특징은 그들에게 충분히 어필했을 것이다. 그래서 오디오파일 속에서 LDAC는 고음질 코덱이라는 이미지가 박힌 것 같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절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볼 수는 있겠지만 앞의 990Kbps라는 수치 자체가 다른 코덱과 비교할 생각을 못하게 할 것이다 (…)

결론적으로 LDAC는 연결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좋은 코덱일 것이다. 어떤 곳에서든 최대한 고음질을 뽑아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나름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990Kbps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는데 soundguys가 한 테스트 결과를 보면 (제목이 “LDAC는 고해상도가 아닙니다” 이다!) LDAC의 330Kbps 모드를 사용해 봤을 때 노이즈 특성은 “SBC와 비교될 만큼 나쁘다” 라고 하니 코덱 자체가 좋은 코덱이라기보다는 높은 비트레이트를 할당해서 좋은 코덱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LDAC는 aptx-HD와 같이 종속성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LDAC 인코더 자체는 안드로이드에 무상제공되어서 aptx-HD보다는 낫지만 디코더 쪽의 종속성이 심각하다. LDAC를 사용하는 기기는 소니 기기 외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의 선택지

LC3과 LHDC를 사용한 제품이 시장에 출현하기 전까지의 시점에서 각 코덱을 비교해 봤을 때 우승자는 명확하다. 코덱 자체의 우수성으로만 따져 보면 제대로 인코딩한 AAC를 이길 코덱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높은 비트레이트와 그로 인해 희생될 연결성을 감안한다면 aptX-HD와 LDAC와 같은 보조적인 선택지를 고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둘을 사용한다고 해도 청감상으로는 AAC와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저지연이 중요하다면 aptX-LL이나 게임 모드로 튜닝한 SBC 정도를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선택지를 고른다면 절대적인 음질 자체는 AAC보다는 떨어지지만 적은 레이턴시 자체가 이 단점을 무마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 AAC의 차세대 코덱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aptX 계열의 코덱들은 기존 알고리즘의 변형판이고 LDAC도 비슷한 사정을 안고 있다. aptX-Adaptive나 SSC와 같은 제조사 종속 코덱 정도가 차세대 코덱이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이 코덱들은 현 시점에서는 유의미한 경쟁자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