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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16일 오전 3:03에 작성됨.

( 이 글은 기글하드웨어에 적었던 글을 옮겨 온 것입니다. )

BSK에서 DIREM 발표를 듣자마자 하나 샀습니다. 전에는 디락 플러스를 쓰고 있었는데 이걸 강의 듣다가 잃어먹어서리 그동안은 S9+ 살때 준 번들 이어폰을 쓰고 있었죠. MSR7같은 친구를 밖에 쓰고 나간다면 다들 이상하게 볼 거예요….

갤럭시 번들 이어폰은 좀 차분하지 않고 다이나믹한 느낌인데, 문제는 이게 귓구녕에 잘 안 박혀서 소리가 이리 새다 저리 막혔다 하는 게 너무 신경쓰인다는 겁니다. 가뜩이나 유선이라 어디 걸릴 일도 많은데요.

그래서 BSK에서 한번 들어보고 싼김에 사야지 하고 하나 샀습니다. 기술적인 것들은 제가 위키 글에 적어 놓았고… 느낌 위주로 이야기할게요.

원래 저는 집에서 이어폰을 안 씁니다. 귀구멍에 뭔가 있으면 귀가 뻐근하고 막 가렵더라고요. 결국 면봉으로 후비적….

그래서 항상 뭔가 할떄는 헤드폰을 쓰고 있습니다. 이어폰은 어디 나갈 때나 쓰고 다녀요… 주로 통학길이나 나들이 갈 떄…

그래서 보통은 갤럭시 S9+에 그냥 꼽아 놓고 씁니다만, 산김에 좀 집중적으로 들어 보자는 느낌으로 헤드폰 뽑아버리고 끼웠습니다. 그래서 메이쥬 DAC에 연결해서 듣고 있어요.

제가 쓰던 디락 플러스는 좀 특이한 버전입니다. 디락 플러스가 원래 패브릭 필터를 사용한 이어폰인데 30분만 쓰다 보면 한쪽에 물이 맺혀가지고 거의 안 들리는 기적의 현상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한동안 케이스에 넣어 놓고 수월우 Aria나(이것도 1시간만 들으면 한쪽 볼륨이 죽어버립니다) 나중 가서는 그냥 포칼 리슨 무선버전을 밖에서 끼고 헤드뱅잉을…..

그러다가 그냥 택배로 보내서 교품을 받아 왔죠. 그랬더니 천 필터는 어디가고 철망이 달린 게 오더라고요. 그러고 한 2주 쯤 후에는 고별 버전 판매한다는 공지가….

그래서 고별 버전도 아니고, 패브릭도 아닌 뭔가 특별한 버전을 쓰고 있었습니다. 이건 좀 특이해요. 원래 디락 플러스가 저음이 좀 있던 물건인데 철망으로 바꾸니까 지금 쓰는 MSR7보다 살짝만 저음이 많은 물건이 됩니다. 전체적으로는 흔히 플랫하다고 할만한 소리가 나는 거죠.

아무튼… 잃어버렸으니 할말은 없고 대충 디렘으로 넘어갑시다.

듣고 처음 느낀 인상은 저음입니다. 저음 엄~청 많습니다. 물론 디락 플러스 교환 전보다는 도낀개낀 하는 거 같긴 한데 확연히 저음이 많은 게 느껴집니다. 펜타토닉스의  Can’t hold us 같은 걸 들으면 비트박스의 댐핑하고 저음이 주된 요소를 차지하는데 다른 애들보다 확연히 다릅니다. MSR7같은 애가 쿡! 이거는 쿡!웅… 같은 느낌입니다. 저음 양이 워낙 많으니까 원본에 있던 잔향요소들이 더 들리는 거겠죠.

두번째로 느낀 거는 그 와중에서도 다른 악기들이 마스킹당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저음이 많아서 주연은 뺏기는 모양새인데 보통 다른 물건이라면 한없이 스러져야 할 친구들이 나름 자기 역할을 합니다. 주연은 아니고 미친 존재감 정도? 그래서 음질이 나쁘다는 인상을 주진 않습니다. 음색이 좀 그렇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어도…

세번쨰는 반응성입니다. 위의 이런 친구 듣다 보면 도입부의 Pluck 사운드로 아르페지오가 있는데 이런 부분이 똑똑하게 잘 들립니다. 제가 음향기기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분야가 Pluck 사운드와 킥인데, 둘다 빨리 나왔다 빨리 사라지는 요소들이고, 오래 남으면 오히려 곡을 해칩니다. 단순간에 팍! 하고 나왔다 화! 하고 사라져야 되는 악기들이죠. 들어보니 나올 건 나왔는데도 다른 요소들을 방해하지 않고 자기 역할이 다하면 사라집니다. 측정을 했을 떄 CSD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을텐데 감쇄가 아마 빨리 되지 않나 싶은 게 있습니다.

네번쨰는 해상력입니다. 악기들이 나온 환경에서 하나하나의 소리를 듣기란 힘듭니다. 뇌가 알아서 뭉뚱그리기도 하고요. 근데 간혹 가다가 스네어 뒤에 있는 줄이 있는데 드럼 자체에서 나온 소리보다 줄에서 나는 소리가 한템포 느리고 오래 갑니다. 포칼 리슨이나 MSR7에서도 느낀 건데 줄에서 나오는 소리를 간혹 느낄 수 있는 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성향은 놀랍게도 어둡지는 않습니다. 저음이 많으면 보통 어둡기 마련인데 고음도 그에 만만찮게 잘 뻗어줘서 밝은데 저음이 많은 혼종이 나오는 것을 들으실 수는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장점입니다. 그에 못지 않게 영 그런 점들이 있긴 합니다.

가장 큰 단점은 저음이 너무 커서 보컬이나 EDM에서의 Lead 사운드가 주인공으로 나서지 못합니다. 제가 MSR7을 쓰는 이유이기도 한데, 소니 MDR-1AM2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저음이 자기가 주인공이라고 나서버려서 정작 메인이 되어야 할 친구들이 뒤로 한발짝 물러납니다. 저음이 EDM의 중요한 요소라고는 하지만 Lead만큼은 아닙니다!!!!

애니송 6 EDM 4의 비율로 듣는 입장에서 좋은 점수를 주긴 힘듭니다.

다행히도 좌우편차 문제는 제 물건에서는 없습니다만 이압 문제는 여전합니다. APAS라고 거하게 이름 붙이긴 했지만 다른 이어폰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물건이기도 하고… 오래 끼면(N시간 단위) 귀 아픕니다. 그리고 뽑을 때 쑥! 하고 뽑히는 게 아니라 약간 뾱! 하고 빠집니다.

물론 디락 플러스보다는 엄~~~청나게 개선된 것이긴 합니다. 오히려 수월우 Aria같은 물건이 이런 거 보고 배워야 해요. 그것도 귀 무지하게 아픕니다.


뭐 결론적으로 저는 이걸 메인 청취환경으로 삼을 생각은 없습니다. 보컬이나 Lead도 베이스만큼이나 중요하거든요. 무엇보다도 MSR7도 해상력 좋고 드럼 킥이나 베이스 잘 들립니다. 그 와중에 보컬도 잘 들리는 것이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데 보컬의 가성과 기교가 무~지~막~지 하게 중요합니다. 근데 디렘으로 들으면 베이스와 드럼 킥소리가 다 가려버려요. 자기가 주인공인 듯이.

아무튼… 저는 이걸 바깥에서만 사용할 거라서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밖에서는 저음이 마스킹 당하기 때문에 오히려 저음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기도 하고, 걷느랴고 곡에 그리 집중하는 환경은 아니니까요. 비트에 맞춰 걷기가 즐거운 저는 이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봅니다.

보컬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불행히도 다른 선택지를 찾으시는 게 좋다고 생각됩니다. 뭐.. 요즘 돌피니어 가격 싸져서 많이 뜨잖아요…


PS : 이걸로 모니터링해서 곡을 만들면….. 어….어….